본문 바로가기
시리즈/지혜의 조각들

내가 덮어둔 상자

by 솜사탕써니 2025. 10. 26.
반응형

내가 덮어둔 상자, 상징에세이 시리즈 2편

상징 에세이 시리즈
2편. 내가 덮어둔 상자

 

 작은 방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오래된 상자 하나. 그 안에는 내가 한때 꾹꾹 눌러 담아두었던 기억과 감정이 숨어 있어요.

 보고 싶지 않아서, 꺼내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뚜껑을 닫고 외면했던 감정들.

 하지만 상자는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죠. 살며시 열어보는 그 순간, 나는 깨달아요. 그 안엔 아픔만 있었던 게 아니라, 그 시절 나를 지키기 위한 '나만의 방식'도 함께 들어 있었다는 걸요.

🔹 억눌러왔던 감정의 상자를 열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 한편에 ‘덮어둔 상자’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상자 속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 외면했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죠. 그 감정을 꺼내지 못한 채, 우리는 상자 위에 ‘괜찮은 척’, ‘열심히 사는 척’이라는 테이프를 덧대고 살아왔어요.

 하지만 문득 삶이 고요해지는 순간, 그 상자에서 새어 나오는 감정의 틈을 느끼게 됩니다. 그건 내가 꾹 눌러 담았던 슬픔, 후회, 분노일지도 몰라요.

 상자를 마주하는 건 용기가 필요해요. 그 안엔 내가 잊고 싶었던 '그때의 나'가 들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상자를 더는 밀어두지 않기로 했어요. 꺼내지 않으면, 나도 자꾸 굳어지는 것 같았거든요.
 감정을 덮는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어요. 그 감정은 조용히 내 안 어딘가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죠.

🔹 그 안에 감춰져 있던 마음의 무게

 상자 뚜껑을 조심스레 열어보았을 때, 제일 먼저 느껴졌던 건 ‘묵직함’이었어요.

 그 안에는 어린 시절의 상처,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억울함,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이 아무렇게나 구겨진 채 들어 있었어요.

 그 감정들이 나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죠. “왜 이렇게 오래 나를 가둬놨어?” 하고 묻는 것 같았어요.

 그때의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몰랐고, 그저 상황을 견뎌내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요. 그 사실을 인정하자, 이상하게도 감정이 부끄럽지 않았어요.

 오히려 내 마음이 내게 말해줘서 고마웠어요. 그동안 너무 오래, 너무 깊게 묻어두어서 이제는 꺼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그 시절의 내가 느꼈던 감정은 틀린 게 아니었어요. 다만, 표현할 길을 몰랐을 뿐이에요.

🔹 상자 속엔 아픔만 있지 않았어요

 나는 그 상자 안에 오로지 아픔만 들어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시절 나를 지키기 위한 노력도 들어 있었어요.

 상처받지 않으려고 침묵했던 순간들, 혼자 참고 견디며 버텨냈던 용기, 모른 척 넘겼던 선택들도 모두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죠.

 그걸 인정하게 되니까 더 이상 그 시절의 내가 부끄럽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이 너무나 정직해서 가슴이 아리도록 따뜻했어요.

 상자 안에 담긴 건 나쁜 감정이 아니라 ‘표현되지 못한 사랑’이었구나— 그걸 알게 되는 순간, 상자는 더 이상 무거운 짐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게 해주는 마음의 공간이 되었어요.

 나는 상자 속에서 나를 미워하게 만든 이유를 찾았고, 동시에 나를 아끼고 싶었던 이유도 함께 찾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나를 더는 숨기지 않기로 했어요.


💬 솜사탕써니의 감정노트

 누구에게나 덮어둔 감정의 상자가 있습니다. 그 속엔 감정이라는 이름의 상처가, 때론 말하지 못한 용기가, 그리고 미처 표현하지 못한 ‘나’가 담겨 있어요.
 상자를 연다는 건 아픔을 꺼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꺼내어 안아주는 일이기도 해요.
 감정을 숨기면 상자는 점점 무거워지고, 감정을 마주하면 상자는 다시 ‘기억의 보관함’이 되어줘요.
 그 상자 안에는 우리가 한때 외면했지만, 이제는 따뜻하게 끌어안을 수 있는 ‘또 다른 나의 조각’이 담겨 있어요.”

솜사탕써니의 마음 여운 💙

 “그동안 덮어두었던 감정의 상자, 이제는 조심스럽게 열어줄 때예요.
 당신은 이미 그 안의 모든 것을 꺼내어 부드럽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상자 속엔, 어쩌면 당신이 잊고 지낸 ‘빛나는 마음’도 들어 있었을지 몰라요.”


📘 다음 편 예고

《상징 에세이 시리즈》 3편
‘문 앞에 멈춰 선 나’

 

아직 열지 못한 문 앞에서 우리는 자주 멈춰 섭니다. 그 문을 열면 무엇이 기다릴지 알 수 없기에.

하지만 멈춘다는 건, 사실은 열기를 망설이는 중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3편에서는 그 '문 앞에 선 마음'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