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는 마음이 외면하고 싶은 말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 글은 내 삶의 주도권을 다른 사람과 상황에 넘겨주며 살아온 시간에 대해 돌아본 기록입니다.
핑계는 때로 나를 보호하는 장치였지만, 결국은 나를 나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내 삶의 무게를 타인과 환경 탓으로 돌리며 살게 되었을까요?
철학적 사유를 통해 핑계라는 마음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이제는 그 책임의 방향을 나에게로 다시 돌려보려 합니다.
핑계는 왜 생겨나는 걸까
“내가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핑계는 마치 내 잘못이 아님을 강조하는 방어막처럼 작동합니다.
하지만 그 방어막 속에는 말하지 못한 후회, 감당하지 못한 책임, 인정받지 못한 마음이 숨어 있곤 하죠.
핑계는 단지 회피의 말이 아니라, 내가 나를 지켜내기 위해 쌓아온 마음의 구조입니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말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자유조차 방기한 존재가 된다.”
핑계는 어쩌면 나 자신조차도 외면하고 싶었던 무력감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지금의 상황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언가를 탓해야만 내 마음이 그나마 안정을 찾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말을, 어떤 핑계를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있을까요?
그 말의 저변에는 어떤 감정이 숨어 있을까요?
‘~때문에’의 말속에 숨어 있는 감정들
“~때문에”라는 말은 편리합니다. 책임을 넘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내가 그만큼 절박했다’는 고백이 숨어 있기도 하죠.
핑계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생깁니다. 나는 더 나은 결과를 원했고, 실패하지 않기를 바랐고, 실망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바람이 꺾였을 때, 우리는 핑계를 통해 자신을 위로하려 합니다.
“내가 안 해서 그래”가 아니라, “그때 그 상황이…”라고 말함으로써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을 감춥니다.
철학자 아들러는 말합니다. “핑계는 원인이 아니라 목적이다.”
즉, 어떤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이미 나의 마음은 이유를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핑계 속에는 실패가 두렵고, 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걸까요?
어쩌면 그 두려움이 나를 멈추게 했고, 그래서 핑계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핑계를 멈춘 순간, 나를 마주하다
더 이상 누군가를 탓하지 않게 되는 순간, 우리는 진짜 나를 만납니다.
나는 이 상황이 두렵다고, 실패가 무서워서 움직이지 못했다고, 조용히 고백할 수 있게 되죠.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수많은 외부 요인들을 걷어내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핑계를 멈추는 순간부터 내 삶의 방향타를 다시 잡기 시작합니다.
타인의 탓이 아닌, 상황의 문제가 아닌, 이제는 내 시선으로 바라본 삶을 살기 위한 준비가 시작됩니다.
핑계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내가 내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회복입니다.
지금까지의 삶이 외부의 영향이었다면, 앞으로의 삶은 나의 선택으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핑계는 마음의 소음이고, 진짜 내 마음을 가리는 안개입니다.
그 안개를 걷어낸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출발할 수 있어요.
삶은 나의 방향에서 다시 시작된다
핑계를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책임을 떠안는 것이 아니라 삶을 주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문’을 열게 됩니다.
그 가능성은 작은 실천에서, 작은 직면에서 피어나죠.
핑계는 나를 지켜주기 위한 말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말 안에서 나를 숨기고, 때론 위로하며 버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핑계들이 나를 내 삶의 바깥으로 자꾸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핑계를 내려놓는다는 건, 곧 나를 다시 삶의 중심으로 불러들이는 일입니다.
나는 상황이나 타인 탓이 아닌, 이제는 나로부터 시작하고 싶습니다.
내가 바랐던 것, 내가 미뤄두었던 선택들, 내가 감추었던 상처들 모두를 핑계 없이 받아들이는 용기.
그 용기에서부터 진짜 변화는 시작됩니다. 핑계 없는 하루는 낯설지만, 분명 가볍습니다.
이제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 지금, 여기의 나. 그대로 살아내도 괜찮다고.”
다음 글 – 「 현실이 불편한 이유 –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에서는 지금 내 삶이 왜 마음에 들지 않는지, 불편함이라는 감정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 이 글은 ‘핑계’라는 말을 들여다보며, 결국은 나에게로 다시 중심을 옮기고 싶었던 순간의 기록입니다. 삶을 탓하는 대신, 이제는 삶을 주도하고 싶은 — 솜사탕써니 >
♣ 함께 읽으면 좋은 시리즈 흐름 안내
< ‘핑계’에서 시작해, 현실을 직면하고, 스스로를 선택하며, 진심을 실천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담은 글입니다.>
핑계, 마음의 숨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