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과 소통, 인간의 역할이 다시 쓰이는 시점
‘AI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시리즈는 삶에 스며든 인공지능을 철학적으로 되짚어보는 3부작 이야기입니다.
1편에서 우리는 “AI는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다”는 고백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AI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고, 우리는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죠.
이번 2편에서는 “AI와 인간이 어떻게 함께 일하고, 어떤 역할의 재정의가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봅니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그 속에서 인간의 자리는 사라지는 걸까요? 아니면 다시 새롭게 쓰이는 걸까요?
일은 더 이상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의 ‘일’은 분업과 반복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과 창의, 감정과 협업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AI’라는 파트너가 존재합니다. AI는 이제 단순한 툴이 아니라, 일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가는 존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챗봇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AI 디자인 툴로 창작을 하고, AI 분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때로는 글을 함께 써 내려가는 일까지.
우리는 어느새 AI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AI는 무엇을 대신하고, 무엇을 남겨주는가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으면 어떡하죠?”
이 질문에는 두 가지 감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하나는 ‘기계에게 밀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또 하나는 ‘내 일이 얼마나 대체 가능한가’에 대한 자각이죠.
하지만 철학은 방향을 다르게 묻습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인가?”
단순 반복, 구조화된 판단, 대량 처리 — 이것은 AI가 더 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감, 윤리, 예술적 직관, 가치 판단, 모호한 맥락 읽기 — 이것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영역입니다.
결국 AI는 우리를 밀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존재일지 모릅니다.
일의 본질은 ‘행위’가 아니라 ‘의미’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존재”라 했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고, 타인과 연결되고, 무언가에 기여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AI가 많은 일을 대신해 줄 수 있을지라도,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그래서 더욱 중요한 시기입니다. ‘무엇을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왜 그 일을 하느냐’가 중심이 되는 사회로 가고 있으니까요.
AI가 바꾼 건 기술이 아니라, ‘일의 철학’입니다.
기술에 적응하는 것이 아닌, 기술과 대화하는 인간
AI를 쓰는 사람과 AI를 이해하며 쓰는 사람은 다릅니다.
전자는 도구를 사용하는 기술자이고, 후자는 방향을 제시하는 창조자입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기술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함께 사유하는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어떻게 쓰느냐”보다 “무엇을 위해 쓰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 그리고 그 질문을 할 수 있는 힘은,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어요.
AI는 우리의 일에서 ‘수행’을 맡고, 우리는 ‘방향’을 고민하게 됩니다.
이제는 ‘직무’보다 ‘관점’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AI와 인간, 진짜 협업은 어떻게 가능한가
협업은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AI는 정확함과 효율성, 인간은 판단과 감성, 가치의 영역을 갖고 있습니다.
진짜 협업이란 기계가 감정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감정을 중심에 두고 기술을 설계하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의사가 AI 진단 도구의 결과를 보더라도, 최종 결정은 환자의 삶의 맥락과 감정, 가족 상황을 고려해 인간이 내립니다.
그때 우리는 기술과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도구 삼아 인간성을 확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AI가 나의 도우미가 아닌, ‘함께 결정하는 동료’로 느껴질 수 있을 때, 그 협업은 진짜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인간은 여전히 중심이다
기술은 인간을 향해 발전해 왔습니다. 그리고 AI는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너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어떤 가치를 남기고 싶은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기계는 침묵하고, 인간은 사유합니다.
AI와 일한다는 것은 단지 ‘함께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함께 조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는 대체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이 질문하게 되고, 더 많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다음 3편에서는 ‘공존하는 마음, AI와 함께 사유한다’를 주제로 기계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철학적 사회를 함께 그려볼 거예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미래’를 만들어갈 출발선일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