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자극적인 맛에 끌리는 이유 (식욕과 철학 1편)

by 솜사탕써니(somsatangsunny) 2025. 4. 26.
반응형

자극적인 맛, 식욕 관련 이미지

설탕, 소금, 카페인 속에 숨어 있는 위로의 구조

 

 이 글은 2편으로 구성된 시리즈
《식욕은 나를 위로하는가 – 달콤하고 짭짤한 위로의 철학》 중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찾는 단맛, 짠맛, 자극적인 음식들. 그 안에는 단순한 기호를 넘는 감정과 철학이 숨어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식욕을 삶의 철학으로 바라보며, 먹는 행위를 다시 사유해보려 합니다.

자극적인 음식은 왜 끌리는가

 퇴근 후 맵고 짠 치킨, 출근 전 진한 아메리카노, 지친 오후 달콤한 디저트. 우리는 알면서도 자극적인 음식을 고릅니다. 그것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순간엔 그것이 우리를 가장 빨리 위로해 주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쾌락은 고통의 부재”라고 말했습니다. 극단적인 탐닉이 아니라,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작고 안정적인 기쁨을 말한 것이죠.

 우리의 혀는 단맛, 짠맛, 자극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 입맛은 몸의 요구이기보다 마음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감각적 반응일지도 모릅니다.

 그날 하루 지쳤던 말 못 할 감정,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허전한 마음이 혀 끝에서 해소되는 순간.

우리는 그런 ‘즉각적인 위로’를 반복하며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지는 겁니다.

 우리는 입이 아닌 마음이 지친 날, 더 강한 맛을 원하게 됩니다.

음식은 단순한 섭취가 아니라 감정의 언어다

 아이들이 울 때 사탕을 쥐여주듯, 어른들도 슬플 때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찾습니다. 단맛은 우리 뇌에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일시적으로 안정감을 줍니다.

 이처럼 음식은 감정과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가 맵고 짠 라면을 밤늦게 먹을 때, 그건 배고픔보다 ‘정서적인 허기’를 채우려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신체는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이라 했습니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 몸으로 감정을 경험하고, 세계와 소통하고, 자기 자신을 위로합니다.

 그래서 식욕은 단순한 생리적 욕구가 아니라 정서적 신호이자 심리적 언어입니다.

 맛을 통해 우리는 감정을 통과하고, 삶을 어루만지며, 존재를 느낍니다.

 때로는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 숟가락 위에 조용히 올라오기도 하죠.

우리는 왜 음식으로 보상을 받으려 할까

 현대인은 끊임없이 뭔가를 해내야 합니다. 성과, 속도, 효율. 그 속에서 우리는 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보상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쇼핑으로, 누군가는 넷플릭스로, 그리고 누군가는 음식으로.

 달콤함은 그 보상의 가장 빠른 형태입니다. 먹는 순간 우리는 “잘하고 있어”,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내면의 속삭임을 듣는 듯한 위안을 받습니다.

 철학자 루소는 말했습니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위안을 찾는다.”

그 위안은 비극적일 만큼 일시적이지만, 지금 이 순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는 너무도 필요한 포옹이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자주 ‘그 방식’에만 의존하게 될 때 생깁니다.

 음식은 그 순간만큼은 우리를 평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주는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단순한 식욕인가, 위로의 중독인가

 “오늘 하루 힘들었으니까 괜찮아”라는 말로 우리는 스스로를 이해하지만, 그것이 반복되며 점점 통제되지 않는 패턴이 되면 음식은 더 이상 위로가 아니라 습관이 됩니다.

 식욕이 감정을 대체할수록, 우리는 진짜 감정을 마주하는 기회를 잃게 됩니다.

 철학은 여기서 묻습니다. “너는 정말 배가 고팠던 걸까, 아니면 마음이 허전했던 걸까?”

 ‘먹고 나서야 비로소 편해지는 삶’은 우리가 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식욕은 본능이지만, 그 본능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철저히 ‘삶의 태도’와 연결되어 있어요.

 그 위로가 반복되며 무뎌질 때, 우리는 오히려 진짜 마음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자극의 시대에 감각을 회복하는 연습

 우리는 지금, 자극적인 맛에 둘러싸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달콤한 커피, 매운 떡볶이, 짠 치킨, 모두 쉽게 다가오고, 빠르게 만족을 줍니다.

하지만 철학은 말합니다. “진짜 감각은 천천히 깨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그 자극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주는 ‘존재의 인정’ 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내가 찾은 음식 속에는 어떤 감정이 숨어 있었는지 한 번쯤 조용히 들여다보는 연습.

그것이 자극적인 시대 속 감각을 회복하는 첫걸음일지도 몰라요.

 입맛을 돌보는 일은 어쩌면 나 자신을 섬세히 들여다보는 첫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2편에서는 ‘먹는다는 행위는 자유일까, 습관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반복되는 식욕의 리듬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나를 돌볼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볼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