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빼는 게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여정
이 글은 2편으로 구성된 연재 시리즈 《몸과 마음의 철학》 중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다이어트는 결국 의지의 문제야'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쉬운 이 다이어트가, 누구에게는 평생을 두고도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몸만 바꾸려다 마음까지 다치기 쉬운 이 여정에서, 철학은 이렇게 묻습니다. “우리는 정말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있는가?”
다이어트가 누구에게는 쉬운 이유
어떤 사람은 살이 쉽게 빠집니다.
식단을 바꾸고, 운동을 시작하면 곧바로 변화가 나타나죠. 반면 어떤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살이 잘 빠지지 않고, 변화가 더디기만 합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체질이나 나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철학적으로 보자면, 다이어트의 성패는 ‘몸의 변화’보다 ‘자기 인식’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음식을 대하는 방식,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 자기 위로의 언어가 무엇인지 모른 채 시작한 다이어트는 자신과 어긋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쉽습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다이어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몸을 바꾸려 한다면, 먼저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쉽게 빠지는 사람은 단순히 몸이 가벼운 게 아니라, 마음의 무게가 덜 얹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지가 아닌 감정이 만든 결과
다이어트를 실패할 때, 우리는 흔히 “내가 의지가 약해서 그래”라고 자책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정과 연결된 섭식 습관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음식을 통해 위로받습니다. 지쳤을 때 단 음식을 찾고, 외로울 때는 배부를 때까지 먹습니다. 이건 단순한 식탐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몸에 새겨진 결과입니다.
심리학자들은 말합니다. “섭식 습관은 감정 조절의 한 방식이다.”
즉,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그 사람의 감정 언어일 수 있습니다.
철학은 묻습니다. “당신은 무엇이 결핍되어 있기에, 음식을 통해 그것을 채우려 하나요?”
이 질문은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요소를 ‘의지 부족’이 아닌 ‘감정 이해’의 문제로 바라보게 해 줍니다.
결국, 의지보다 더 강하게 작동하는 건 익숙해진 위로의 방식이에요.
음식은 단순한 영양이 아니라 관계다
우리에게 음식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 밥을 남겼다고 야단을 맞거나, 기분 좋을 때 외식을 했던 기억들이 쌓여 음식은 ‘감정과의 관계’로 자리 잡습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사람, 밥을 먹으며 불안해하는 사람, 폭식을 반복하다가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이 모두는 음식을 통해 과거의 감정 경험을 되풀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몸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음식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는 과거, 기억, 관계가 녹아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음식과 맺어온 나의 감정적 역사도 함께 들여다봐야 합니다.
우리가 먹는 방식엔 어릴 적 기억과 익숙한 위로의 패턴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비교는 가장 큰 장애물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흔하게 빠지는 함정은 ‘비교’입니다.
누구는 두 달 만에 10kg을 뺐다더라, SNS에는 탄탄한 복근과 슬림한 몸이 넘쳐난다…
그러나 철학은 말합니다. “비교는 자아를 흐리게 만들고, 스스로와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다이어트는 누가 먼저 도착하느냐의 경주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걸음을 찾는 여정입니다.
비교의 프레임을 벗어나 “나는 왜 다이어트를 하려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다가설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비교는 자신을 잃게 만들고, 남의 시선으로만 자신을 판단하게 합니다.
몸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
다이어트는 단순히 살을 빼는 일이 아닙니다.
그건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기회입니다.
“나는 왜 이 몸을 싫어하게 되었을까?”, “내가 원하는 건 진짜 외형의 변화일까, 아니면 자기 수용일까?” 이 질문이 다이어트보다 먼저 필요한 이유입니다.
몸을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은 몸에게 말을 걸고, 그 안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는 것입니다.
다이어트가 쉬운 사람과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의 차이는 살의 무게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진짜 변화는 몸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는 데서 시작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왜 다이어트는 오래가지 않을까’를 주제로, 요요현상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자기 회복에 대한 철학을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몸과 마음의 철학》 시리즈
다이어트가 쉬운 사람, 다른 이유 (몸과 마음 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