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시작했다가 실패하면 어쩌지...” 그 생각 하나가 발목을 붙잡을 때가 있어요. 나는 하고 싶은 게 분명히 있었고, 마음속에서는 이미 수없이 그려봤는데 결국 시작하지 못한 채 하루가 또 지나가요.
다른 사람들은 과감하게 도전하고, 실수해도 금세 회복해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한 발 떼기도 전에 결과부터 걱정하고, 실패를 상상하며 멈춰버립니다.
이 글은 ‘실패가 두려운 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 결코 약함도, 나약함도 아닌 삶을 깊이 살아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철학과 마음공부로 함께 되짚어보려 해요.
실패가 두려운 건, 내가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무언가를 진심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의 다른 얼굴이에요. 정말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애초에 잘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겠죠.
예를 들어, 새로운 직업을 고민할 때,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을 때… 머릿속은 온통 설렘과 불안이 뒤섞이죠.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이거 하다가 망하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날 우습게 보면 어쩌지?” 이런 질문이 따라붙어요.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말했어요. “절망은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그 말은,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만큼 그 일에 가능성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실패가 두려운 사람은 사실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입니다. 대충 살고 싶지 않고, ‘제대로’ 해내고 싶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지는 거예요.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출발선 앞에서 멈춰 서게 돼요
우리는 자주 ‘준비가 충분해야 시작할 수 있다’고 믿어요. 더 배우고, 더 정리하고, 더 자신이 생긴 다음에. 그런데 그 ‘충분함’은 생각보다 절대 찾아오지 않아요.
완벽을 기대하는 순간, 우리는 지금의 나를 자꾸 부족하다고 여기게 됩니다.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준비만 하다가 기회를 놓쳐버리는 일도 많아요.
실패가 두려운 이유 중 하나는 ‘완벽하지 않은 나를 보여주기 싫어서’ 일지도 몰라요.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말합니다. “완벽주의자는 자주 시작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실패보다 불완전한 시도가 더 두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때로 시작 그 자체보다, 그 시작이 ‘부족해 보일까’ 걱정하는 거예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모든 시작은 원래 어설프고, 자신감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조금씩 자신감이 생겨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줄 수 있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출발할 수 있어요.
철학은 말합니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탐색의 한 방식이라고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은 ‘실패’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았어요. 대신 ‘시도’와 ‘결과’,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했죠.
그들은 결과보다 시도 속에서 나를 얼마나 움직였는가를 중요하게 여겼어요. 에픽테토스는 말했습니다. “결과는 외부에 있다. 그러니 우리는 오직 ‘어떤 태도로 그 길을 걸었는가’를 묻는다.”
실패를 겪었다는 건 실제로 움직였다는 증거예요. 실패 없이 사는 삶이란, 사실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삶일 수도 있어요. 그렇게 보면 실패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삶을 탐색하는 아주 용기 있는 방식이에요.
우리는 실패를 줄이기 위해 배우고,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멈추기도 해요. 그 모든 과정이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토대가 되죠.
마음공부는 완벽하지 않은 나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네는 연습
실패 앞에서 주저앉은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럴 줄 알았어”가 아니라, “괜찮아, 이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야”라는 말이에요.
마음공부는 완벽해지려는 마음을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에요. 사실, 우리 안의 완벽주의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죠. “이 정도는 해야 사람들이 나를 좋게 봐줄 거야.” 그 기준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나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해요.
하루 중 작은 성공이라도 “잘했어”라고 말해주는 태도, 실수한 날엔 “그래도 시도한 나 자신이 고맙다”라고 말해주는 연습.
그게 자신감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자신감은 ‘나는 잘할 거야!’가 아니라, ‘잘하지 못해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믿음에서 피어나요.
실패를 두려워했던 나, 사실은 진심이었던 나
실패를 두려워했던 건, 내가 그 일에 진심이었기 때문이에요. 어설픈 나를 보이고 싶지 않았고, 좋아하는 걸 망치고 싶지 않았고, 스스로를 실망시키기 싫었어요.
그 마음은 약한 게 아니라, 깊이 고민하고,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려는 사람이기 때문에 생겨난 감정이에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실패를 겪어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그 앞에 선 나의 태도예요. 다음에 실패가 두려워서 무언가를 주저하게 될 때 이렇게 말해주세요.
“이 마음은, 내가 진심이라는 증거야.” “지금 이 감정도 괜찮아. 나는 이걸 겪어내면서 조금 더 단단해질 거야.”
그리고 한 발, 지금의 나대로 천천히 내디뎌보는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멋진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