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대하여

이해받지 못한 고통은 더 아픕니다

고통은 살아 있다는 가장 생생한 증거입니다.

삶의 어느 순간엔 고통이 없으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떤 순간엔 고통이 너무 익숙해서 고통이 아닌 상태를 두려워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해하려 들지 않으면 고통은 단지 견뎌야 할 고난이지만,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면, 고통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가장 직접적인 신호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고통을 ‘없애야 하는 감정’이라기보단 ‘들어야 할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고통에 익숙해지면, 고통을 선택하게 됩니다

고통은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익숙함은 때로 습관이 됩니다. 그 고통이 싫다면서도, 그 고통 안에서만 자신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실제로 많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내가 고통에 머무는 이유는 그 고통이 나의 정체성을 형성해 버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속적인 상처, 반복된 무시, 자신을 몰아세우는 내면의 목소리. 이런 것들이 무뎌지며 하나의 ‘자아 구조’가 되는 거죠.

그래서 고통이 익숙해질수록 오히려 평온이 두렵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나를 해치던 것이 나를 지켜주는 착각처럼 여겨지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고통을 만드는 삶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때론 고통이 나를 설명해 주는 언어가 되기도 합니다.
상처로 말하고 상처로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 익숙해질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다시 상처를 찾아 헤매기도 합니다.

고통은 분명 아픕니다. 하지만 그 아픔은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삶의 방향을 바꾸었고, 새로운 나를 만났습니다.

고통은 눈을 돌리게 합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하고, 놓쳐왔던 감정에 귀 기울이게 만듭니다.

그것은 마치 삶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지금 멈춰 서야 해.” 고통은 그렇게 속삭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말에 귀를 기울인 사람들은 그 길에서 방향을 틀고, 어떤 이는 도약했고, 어떤 이는 스스로와 다시 연결되었습니다.

삶에서 고통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을 통해 나에게 필요한 전환을 시작할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단순한 ‘괴로움’이 아닌 성장의 동력일 수도 있습니다.

변화를 만드는 힘은 언제나 편안함이 아니라 불편함에서 시작됩니다.
고통은 지금까지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 되어줍니다.

고통은 결코 객관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같은 말을 듣고도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몇 날 며칠을 고통 속에 머물 수 있습니다.

고통의 크기나 깊이는 비교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타인의 고통을 판단하려 들고, 때론 내 고통이 더 깊다고 느끼며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합니다.

더욱이 힘든 건, 내가 느끼는 고통을 누군가 가볍게 여길 때입니다.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은, 그 자체보다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하니까요.

반대로, 우리가 누군가의 고통을 너무 쉽게 위로하거나 “그 정도는 괜찮아”라고 말할 때, 그 사람의 마음은 더 닫히고 외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고통은 늘 관계 속에서 작동합니다. 내가 느끼는 고통과, 그 고통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그 사이에서 생기는 ‘차이’와 ‘오해’는 더 큰 고립을 만들 수도 있고, 진심 어린 공감으로 치유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로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다름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마음에서 공감은 시작됩니다.

고통은 우리가 피하고 싶은 감정이지만, 정작 가장 많이 마주하게 되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고통을 껴안지 않으면 자꾸만 같은 자리에 머물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통은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들여다봐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고통을 스스로 이해하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더 이상 그 고통에 사로잡히지 않게 됩니다.

고통도 결국 삶의 일부입니다. 그걸 인정하는 마음에서부터 조금씩 회복은 시작됩니다.

“고통은 견딜 수 없을 때보다, 이해받지 못할 때 더 깊어진다.”

그리고 그 고통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고, 조용히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도요.

< 그리고 언젠가는 그 고통이 나의 방향을 바꿔준 고마운 신호였음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 솜사탕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