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중장년, 철학으로 나를 다시 보다

by 솜사탕써니(somsatangsunny) 2025. 4. 10.

중장년, 철학 관련 이미지

 

중장년, 철학으로 나를 다시 보다
– 익숙했던 삶 속에서 ‘진짜 나’와 마주하는 질문들

 

 중장년기, 어느덧 인생의 절반쯤에 도착한 이 시기는 조용히 다가오지만 그 안엔 깊은 물음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이었을까?" 청춘을 지나 어른이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낯설고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이 글은 중장년의 마음에 다시 말을 거는 철학의 시선을 담고자 합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내가 누구인지 다시 바라보는 이 여정을 따뜻한 마음공부로 풀어봅니다. 제2의 사춘기처럼 흔들리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나를 다시 세울 수 있을까요?

익숙한 삶에서 갑자기 낯설어질 때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가족과의 관계도 안정되어 있는 듯하지만, 문득 찾아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지치지?”, “이제 뭘 위해 살아야 하지?” 중장년기에 접어들면 우리의 삶은 익숙함이라는 이름의 반복이 됩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 감정 없이 처리되는 업무, 가족의 돌봄.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보다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가 더 큰 물음이 되죠.

 이럴 때 철학은 조용히 물어봅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이 질문은 단순한 존재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지금껏 남을 위해 살아왔던 내가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돌리는 시선입니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엄마, 아빠, 직원, 자녀로 살아가느라 ‘나’라는 존재를 잊고 살기 쉽습니다. 중장년기의 혼란은 어쩌면, 처음으로 나를 다시 만나야 한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익숙한 역할 속에서 나를 잊고 살았다는 사실이 마음 한쪽에서 조용히 아프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낯섦이야말로, 진짜 나를 다시 만나야 한다는 부드러운 신호일 수 있어요.

제2의 사춘기,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시간

 사춘기 때는 “나는 누구인가”를 처음 고민합니다. 그런데 중장년기에도 그 질문은 다시 찾아옵니다. 이 시기를 흔히 '제2의 사춘기'라 부르죠. 몸은 성숙하지만 마음은 다시 불안해지고, 감정은 쉽게 요동칩니다.

 예를 들어, 오랜 직장을 그만두고 쉬게 되었을 때 처음엔 자유로운 듯했지만 곧 허무함이 몰려옵니다. “내가 일하지 않으면 나는 누구지?”,  “아이들이 자라 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나는 어떤 존재지?”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중장년기의 공허함은 바로 그 의미의 부재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정체성을 새롭게 세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삶이 아닌,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해보는 시간. 이것이 바로 철학이고, 동시에 마음공부입니다. 제2의 사춘기는 혼란이 아닌, 성숙을 위한 통과의례일지도 모릅니다. 이를 통해서 삶의 중심을 바깥에서 안으로 옮겨오는 과정이니까요.

철학은 나를 다그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철학을 ‘어려운 말로 가득한 책’이라고 느끼지만, 진짜 철학은 지금 당신이 느끼는 혼란, 외로움, 지침을 조용히 바라보게 하는 힘이에요.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중장년기의 마음공부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상황을 나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예를 들어, 아이가 집을 떠나고 나서 찾아오는 공허함은 ‘내가 이제 쓸모없어진 걸까?’라는 생각을 낳기도 하지만 철학은 이렇게 되묻습니다. “당신은 단지 엄마였나요? 아니면 더 많은 것을 품은 사람인가요?” 나를 규정했던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그저 '나'라는 사람으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을 사랑하는 연습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철학은 우리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고, 그 시선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길을 열어줍니다. 철학은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지금 내가 품고 있는 마음을 이해하려는 시도예요. 그 시도만으로도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하게 됩니다.

 

 

 중장년기는 혼란의 시기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 깊이 있는 질문의 시기입니다. 그리고 철학은 그 질문에 정답을 주진 않지만, 자신에게 귀 기울일 수 있는 여유와 용기를 줍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든 괜찮아요. 그 감정은 당신이 진짜 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신호입니다. 조금 천천히, 하지만 더 진심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 시기. 그 시작에 철학이, 그리고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따뜻한 마음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감정은 당신만의 철학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혼자만 겪는 시간이 아니기에, 그 이야기 하나하나엔 삶의 깊이가 묻어 있어요. 삶을 이해하려는 지금의 마음이 결국, 당신을 더 단단하고 다정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