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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멈추지 못하는 나 (놓지 못하는 것들 2편)

by 솜사탕써니(somsatangsunny)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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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쇼핑 관련 이미지

 

사는 것이 아닌, 나를 채우는 일로써의 소비

 

 놓지 못한다는 건, 단순한 행동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언가를 붙잡고 있다는 건, 그만큼 마음의 어딘가가 여전히 허전하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 대상이 물건이든 습관이든, 우리는 자주 그것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려 합니다.
 이 시리즈는 그런 ‘놓지 못하는 마음’을 바라보는 철학적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1편에서는 어린 시절의 애착과 어른이 된 후의 집착을 통해 ‘소유와 존재’의 문제를 살펴보았다면,  
 2편에서는 소비라는 일상적 행위 속에 숨겨진 감정의 흐름과  ‘사는 일로 나를 채우려는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사는 것보다 ‘갖는 나’가 더 중요해진 시대

 쇼핑은 이제 단순한 구매를 넘어서 감정 해소의 방식, 혹은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필요한 것은 대화가 아닌 택배 한 박스일지도 몰라요.

 클릭 몇 번으로 마음을 달래는 시대, 우리는 ‘사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철학은 묻습니다. 
 “무엇을 사는가 보다, 왜 사고 있는가를 보아야 하지 않을까?”

 물건은 우리 삶의 일부일 수 있지만, 그 물건에 자신의 정체성을 걸기 시작할 때, 소비는 ‘필요’를 넘어 ‘존재의 증명’으로 바뀝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의 집착입니다.

 물건을 소유하는 감각은, 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처럼 느끼게 해주는 착각을 줍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자존감인지, 혹은 외부의 기준에 맞춘 위장이 아닌지 자주 되묻게 됩니다.

소비는 감정의 대체가 된다

 쇼핑 중독, 택배 의존, 브랜드 집착 등 많은 소비는 실은 ‘결핍된 감정’을 대신 채우려는 행동입니다.
 지루함, 외로움, 공허함, 또는 인정받지 못한 자아. 이 감정들을 대신 달래기 위해 우리는 카드를 꺼내고 장바구니를 채웁니다.

 사고 나면 잠깐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괜찮은 사람 같아’라는 감정이 들어요.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죠. 그래서 다시 무언가를 찾고, 또 사게 됩니다. 이 반복은 결국 소비가 아니라 감정의 순환 구조가 되어버려요.

 물건은 내 삶의 필요가 아니라, 내 감정을 해소하고 나를 위로해 주는 ‘도구’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사는 행위는 일종의 감정 반응처럼 작동할 때가 많아요.

 상처받은 하루의 끝에 ‘하나쯤은 괜찮잖아’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소비는 결국 마음의 틈을 채우는 방식이 되죠.

보드리야르의 소비 사회 – 기호로 자아를 채우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 사회’에서 말했어요. “현대인은 물건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해 산다.”

브랜드, 스타일,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이름의 소비는 그 자체가 신분과 정체성을 규정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우리는 이제 어떤 가방을 드는지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준다고 믿고 있죠.

 더 이상 물건은 기능이 아니라 기호와 상징으로 존재하며, 우리는 그 기호를 통해 ‘나’를 정의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정체성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물건은 낡고, 유행은 바뀌며, 욕망은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니까요.

 결국 우리는 끝없이 소비해야만 나를 유지할 수 있는 불안한 자아의 굴레에 갇히게 됩니다.

 더 이상 우리는 물건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처럼 보이길 원하는가’를 사기 위해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나를 사들이는 소비에서 벗어나는 용기

 사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에요.

 문제는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혹은 감정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사는가입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살 때, 그 물건이 당신에게 어떤 말을 걸고 있는지 들어보세요.
 “이걸 가지면 더 괜찮은 사람이 될 거야.”, “이걸 사면 기분이 나아질 거야.”
 이런 목소리 뒤에는 감정의 결핍이 숨어 있을 수 있어요.

 그 목소리를 억누르기보다 조용히 들여다보는 용기. 그게 바로 ‘집착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에요.

 나는 지금 나를 채우기 위해 사는 걸까, 혹은 나를 감추기 위해 사는 걸까? 이 질문을 자주 던져보세요.

 때로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하루가, 내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가장 깊은 시간이 될 수도 있어요.
 감정을 사는 대신 감정을 느끼는 연습이 우리에겐 더 필요한 때인지도 모릅니다.

덜 사도 나는 괜찮다

 우리는 덜 가져도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려면,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존재하는 나’를 자주 만나야 해요.

 쇼핑이라는 일상의 행위 속에서도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세요.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달래고 있었던 걸까?"

 그 질문 하나로, 당신은 더 깊은 삶의 감각으로 걸어갈 수 있어요.

 사는 행위가 나를 증명하지 않더라도 당신은 이미 충분한 존재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술과 담배, 나를 잠시 잊는 습관’을 주제로, 존중의 이름으로 포장된 중독과 회피에 대해 철학의 시선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놓지 못하는 것들, 그 세 번째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요.

 

놓지 못하는 마음, 나만 그런 걸까?  ‘애착부터 소비, 습관, 그리고 나 자신까지’
놓지 못하는 삶의 조각들을 철학으로 함께 돌아보는 시리즈입니다.

애착에서 집착이 되는 순간 (놓지 못하는 것들 1편)

소비를 멈추지 못하는 나 (놓지 못하는 것들 2편)

술과 담배, 나를 잠시 잊는 습관 (놓지 못하는 것들 3편)

내가 나를 놓는 연습 (놓지 못하는 것들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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