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생각의 뿌리를 철학은 어떻게 바라볼까

걱정과 두려움에 붙잡힌 삶, 그 안을 들여다보는 사유
총 3편 연재 중 2편

 

 불안이라는 감정은 참 조용히 다가오지만 한번 들어오면 마음 전체를 가득 채워버립니다.

 별일 없던 하루에도 갑자기 머릿속이 걱정으로 가득해지고, “혹시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끝없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죠.

 이런 불안은 그냥 기분이 나쁜 걸 넘어서 삶의 속도를 바꾸고, 나의 시선을 왜곡시키기도 해요.

 해야 할 일을 미루게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위축되게 만들고, 자꾸만 스스로를 불신하게 만들죠.

 이번 글은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라는 질문을 철학의 눈으로 함께 들여다보는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총 3편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 1편: ‘나만 힘든 것 같을 때’ 느껴지는 감정의 정체
• 2편: ‘불안과 걱정’이 생기는 철학적 이유
• 3편: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철학적 연습

 지금 이 글은 불안이라는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그 불안 속에서 어떻게 나를 놓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차분히 사유해 보는 시간입니다.

불안은 왜 예고 없이 찾아올까?

 불안은 종종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별다른 일이 없었는데도 마음은 뒤숭숭하고, 잠들려 하면 머릿속이 시끄러워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불안해집니다.

 하이데거는 불안을 ‘특정한 대상이 없는, 존재에 대한 감정’이라 말했어요.

 즉, 공포는 특정한 대상을 향하지만 불안은 방향 없이 내 존재 전체를 흔드는 감정이라는 거예요.

 우리는 어쩌면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앞으로가 막막해지면 어쩌지?” 같은 질문을 마음 깊숙이 품고 살아갑니다.

 이 질문들이 직접적으로 의식되지 않더라도 우리의 내면을 조용히 흔들고 있어요.

 그래서 불안은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감정이에요.

 그러니 불안을 느낀다는 건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삶을 의식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걱정은 나를 지켜주는가, 갉아먹는가

 불안의 또 다른 얼굴은 ‘걱정’이에요.

 우리는 흔히 걱정을 미리 대비하는 좋은 습관처럼 여기기도 하죠. 하지만 철학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그 걱정으로 지금 이 순간을 잃고 있지는 않나요?”

 스피노자는 말했어요. “정념(감정)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힘에 의해 내 존재가 휘둘릴 때 생긴다.”

 불안과 걱정은 종종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빼앗길 때 나타나는 감정이에요.

 예를 들어, 내가 아무리 걱정해도 내일 일은 내일 되어봐야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음은 자꾸 내일을 당겨와 오늘의 평화를 흔들어놓죠.

 걱정은 보호 장치처럼 보이지만 지나치면 현재의 감각을 흐리게 만들어요.

 ‘지금’에 머무르지 못하면 그 사람은 언제나 결핍 속에 살게 됩니다.

 철학은 말합니다. “진짜 안전은, 통제 너머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통제하려 들수록 세상은 더 불확실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에요.

 불안과 걱정이 찾아올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걸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그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이에요.

불안을 덜어내는 사유의 자리 만들기

 불안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그것에 더 집중하게 돼요.

 불안은 밀어낼수록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철학은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불안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불안을 느끼는 나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에요.

 “나는 지금 불안해”라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조용히 크기를 줄여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필요한 건 ‘이 감정의 근원이 어디에서 오는지’ 조심스럽게 묻는 일이에요.

 그건 타인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나에 대한 지나친 기대일 수도 있고, 단순히 충분히 쉬지 못해서일 수도 있어요.

 불안은 내가 나를 오래 외면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감정입니다.

 그래서 불안을 만났을 때는 그 감정 속에서 조용히 사유의 자리를 마련해 보세요.

 무언가 해결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저 나와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일.

 그게 철학이 말하는 ‘불안과의 공존’입니다.

불안은 나를 무너뜨리는 감정이 아니다

 불안은 가끔 내 삶을 뒤흔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지금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조용히 묻는 감정입니다.

 걱정은 삶을 준비하게 하지만 지나치면 삶을 놓치게 만들어요.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 자리에 나와 함께 앉아보는 연습, 그게 철학이 권하는 태도입니다.

 철학은 속삭여요. “당신이 불안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삶에 대해 여전히 예민하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그 예민함은 당신을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자질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나를 짓누르던 생각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철학적 시선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마음의 관점을 함께 바꿔보려 합니다.

 불안 속에서도, 당신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존재는 충분히 괜찮고, 충분히 살아 있는 중입니다.

 

♣ 이 글은 총 3편으로 구성된 철학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나만 힘든 것 같을 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감정의 깊은 뿌리를 들여다보고, 불안의 정체를 마주하며, 결국에는 ‘나를 덜 무겁게 안는’ 철학적 시선으로 이어집니다.

불안하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자신을 다시 지켜내고 싶은 당신에게 이 시리즈를 건넵니다.

 

나만 힘든 것 같을 때, 철학은 이렇게 말해요

불안한 생각의 뿌리를 철학은 어떻게 바라볼까

나를 짓누르던 생각에서 벗어나는 철학적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