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고, 혼자 밥 먹고, 혼자 감동하는 자유
- ‘혼자’는 고독이 아니라 선택
이 글은 5편으로 구성된 《즐거운 철학 – 유쾌하게 생각하는 연습》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행복, 심심함, 웃음, 좋아함을 지나 마지막 주제는 ‘혼자 놀기’입니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는 시대에, 혼자 있는 법을 아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 여유와 고요 속에는 삶의 진짜 목소리가 숨어 있습니다.
즐거움이란 꼭 함께여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우리는 충분히 웃을 수 있고, 내면의 대화에서 오는 고요한 기쁨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이 됩니다.
혼자 있는 것이 어색한 시대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카페에 앉아 있는 것조차 어색하게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모습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혼자 있음’은 어딘가 불완전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늘 연결되어 있어야 안심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메신저 알림이 끊기면 외로움을 느끼고, 혼자 있는 시간은 어쩌면 ‘사회로부터 배제된 듯한 느낌’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철학은 묻습니다. “당신은 혼자 있을 수 있나요?”
진짜 혼자일 수 있는 사람은, 자기 내면과 대화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하이데거는 말했습니다. “사람은 혼자일 때 비로소 존재와 마주한다.”
고요함 속에서야말로, 우리는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느끼기 시작합니다.
혼자가 되면 외롭다고 느끼기보다, 스스로를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고 생각해 보세요.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
외로움은 결핍이지만, 고독은 선택입니다. 외로움은 타인이 없는 상태이고, 고독은 나와 함께 있는 상태입니다.
한병철은 『투명사회』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고독은 타인과의 단절이 아니라, 자신과의 연결이다.”
우리는 종종 외로움과 고독을 같은 감정으로 생각하지만, 외로움은 누군가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고, 고독은 나에게 집중하는 의지에서 비롯됩니다.
진짜 고독은 자발적이고 온전한 감정입니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조용한 중심에서 우리는 내면의 평화를 얻습니다.
외로움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고독은 스스로에게 기대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상태입니다.
두 감정은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내면의 질감은 전혀 다릅니다.
혼자 논다는 것 = 자기 자신과의 대화
어릴 때는 혼자서도 잘 놀았습니다. 종이 한 장, 조용한 골목 하나면 상상력이 자라났죠. 그 시절의 우리는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논다는 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자기 자신과 잘 지내는 법’을 익히는 시간입니다.
에픽테토스는 말했습니다. “남의 인정을 구하는 자는 스스로와 대화할 줄 모른다.”
누구와 함께 있지 않아도 충만한 시간, 그건 오직 ‘자기와의 관계’가 편안할 때 가능해집니다. 혼자 놀 줄 아는 사람은, 생각을 즐길 줄 알고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이전에, 스스로와 친해지는 법을 배웁니다.
일상 속 혼자 있는 연습
혼자 있는 법은 갑자기 배우는 게 아닙니다. 그건 매일의 작은 연습에서 조금씩 자라납니다.
혼자 산책하기, 혼자 영화 보기, 혼자 밥 먹기. 이 모든 사소한 활동들이 나와 친해지는 순간이 됩니다.
그 시간은 결코 쓸쓸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여백이 있어야만, 우리는 세상과 다시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몽테뉴는 말했습니다. “사람은 스스로를 기분 좋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일상의 템포를 다시 맞추는 고요한 리듬입니다. 이 시간은 마음의 소음을 줄이고, 삶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나와 함께 있는 법을 아는 사람
혼자 있는 시간이 불편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중심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옮기게 됩니다.
그 중심은 조용하고, 작고,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긴 평화는 어떤 관계보다 오래 남습니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스스로를 웃게 하고,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세상과도 건강하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철학은 삶의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를 묻는 질문입니다. 그 중심이 ‘나’ 일 때, 혼자 있어도 결코 공허하지 않습니다. 나와 함께 잘 지내는 법—그건 우리가 평생 배워야 할 인생 수업 중 하나입니다.
《즐거운 철학》 시리즈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도, 심심함도, 웃음도, 좋아함도, 혼자 있음도—모두 삶을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
《즐거운 철학》은 행복, 심심함, 유쾌함, 취향, 혼자 놀기라는 다섯 가지 감정과 경험을 통해 삶을 유쾌하게 사유하는 법을 풀어낸 5편의 철학 에세이입니다.
마음이 복잡한 날, 삶이 너무 진지하게 느껴지는 순간에, 한 편씩 가볍게, 그러나 깊게 읽어보시길 권해요. -솜사탕써니
혼자 놀기의 미학 – 나와 노는 법 (5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