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의 차이에 대한 철학적 고찰
누군가의 말투, 생각, 행동이 낯설게 느껴질 때, 우리는 종종 ‘요즘 애들은 이해가 안 돼’ 혹은 ‘꼰대들은 답이 없어’라는 말로 갈라서곤 합니다.
세대 간의 차이는 단순한 취향이나 유행의 차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쌓아온 철학과 삶의 방식의 차이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MZ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을 넘어서, 서로를 향한 이해의 가능성을 묻는 철학적 시선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다름을 틀림이라 여기지 않기 위해서는,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는 시선부터 필요합니다.
각자 살아온 시간이 다른 존재들
기성세대는 부족한 시대를 지나며 ‘해야 할 일’을 우선순위에 두며 살아왔습니다. 노력과 인내, 희생이 미덕이었고, 그 안에서 자기를 증명해 내는 것이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MZ세대는 풍요 속에서도 불안정한 미래를 마주하며 ‘왜 해야 하는가’부터 질문하며 시작합니다. 자율성과 정체성을 중시하며,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연결하려 합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말했습니다. "인간은 이해하는 존재이며, 이해는 언제나 시간 속에서 일어난다." 이해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경험한 의미들의 총합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익숙한 방식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서로의 시간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대화는 곧 판단으로 흐르게 됩니다.
누군가의 말이 낯설게 들린다면, 그 사람이 틀려서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과 너무 달라서일 수 있습니다. 그 다름을 향한 인내와 존중이 없다면, 결국 우리는 서로를 오해하며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대는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에 대한 경험의 다름입니다.
나의 자녀는 이해하면서, 타인의 세대는 판단한다
우리는 종종 MZ세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중 많은 기성세대는 MZ세대 자녀를 둔 부모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말투와 태도를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막상 사회에서 마주한 MZ 직원이나 후배에게는 ‘예의 없다’, ‘의지가 없다’는 시선으로 접근하곤 하죠.
이중적인 판단은 감정의 거리에서 비롯됩니다. 내 자녀는 그 삶의 배경을 함께 겪은 존재이기에 이해하려는 감정이 먼저 작동하지만, 타인은 결과만 보고 판단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까운 관계 안에서는 ‘맥락’을 보려 하고, 멀어진 관계에선 ‘태도’만을 보고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말합니다. "나는 너를 통해 나를 이해한다." 관계는 이해와 해석을 통해 깊어지며, 내가 진짜 이해한 것은 곧 나 자신이 이해받고 싶은 마음의 투영이기도 합니다.
이해는 가까운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감정이 아닙니다. 우리는 낯선 세대에게도 같은 온도를 가질 수 있어야 하며, 그 온도는 ‘공감’이라는 말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태도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내 자녀가 소중하다면, 타인의 자녀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공존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세대 간 공존은 누가 더 옳은지를 가리는 싸움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존은 ‘다름’을 이해하려는 겸손에서 시작됩니다. 같은 말을 해도 전달되는 방식은 다르고, 같은 상황에서도 반응은 전혀 다르기 마련입니다.
기성세대는 경험을 통해 안정과 연속성을 중시하고, MZ세대는 유연함과 실용,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갖고 있죠. 그 차이는 충돌이 아닌 보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한 세대가 다른 세대를 자기 기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철학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질문을 남기는 태도에서 시작되듯, 세대 사이의 대화도 서로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용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존중 없는 충고는 간섭이 되고, 경청 없는 반응은 벽이 됩니다.
우리는 다름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조금 느리게 듣고, 조금 길게 바라보고, 서로의 언어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공존은 결국 시간과 태도의 문제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단절이 아닌 연결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연결은, 우리가 가장 인간다운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다름은 공존의 출발선이다
세대 간의 차이는 갈등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를 마주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살아온 시간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다름을 무시하는 대신, 이해하려는 작은 시도. 틀렸다 말하기 전에,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묻는 자세.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를 조금 덜 오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공존은 서로를 똑같이 만들려는 시도가 아니라, 다름 속에서도 함께 머무는 연습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같은 시선이 아니라, 겹치는 마음의 여백입니다.
각자의 시간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같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 말이 통하지 않는 게 아니라, 마음이 닿지 않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이 글은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이 어쩌면 나의 방식으로 설득하려는 건 아니었는지,
그 조용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시간이었습니다.” — 솜사탕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