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기울인 마음의 궤적
이 글은 《나를 쉬게 하고, 나를 채우는 취미의 의미》에 이어지는 ‘나를 회복하는 사유’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취미가 나를 위한 쉼의 언어였다면, 특기는 내가 나로 존재해 온 증거입니다.
특기라는 말은 흔히 스펙이나 능력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내가 오랜 시간 애정을 기울인 결과일 수 있습니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어떤 순간들에 몰입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자취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특기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존재의 반복된 의지’로 바라보며,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는 한 줄기 빛으로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나는 왜 이것을 잘하게 되었을까요?
특기라는 단어는 왠지 무겁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어릴 적 학교생활기록부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끌어낸 듯한 ‘나만의 능력’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가 잘하게 된 대부분의 일에는 ‘자연스러운 관심’과 ‘익숙함’이 배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습관, 누군가에게는 퍼즐을 맞추는 집중력, 또 누군가에게는 사람의 표정을 알아채는 감각이 자신도 모르게 ‘잘하게 된 것’으로 자라났습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말했습니다. “반복된 습관은 인격을 형성한다.”
특기란 결국, 내가 무엇에 반복적으로 몰입하고 있었는지를 말해주는 흔적입니다.
어떤 대단한 결과가 아니라, 그저 내가 놓지 않고 이어온 마음의 궤적이지요.
타고난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기울인 시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재능이 있었던 거야.”
물론 선천적인 능력도 존재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것을 얼마나 지속하고, 기꺼이 시간을 기울였는지의 여부입니다.
특기란 결국, ‘어떻게 반복했는가’에 대한 고요한 대답일지도 모릅니다.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는 철학에서 ‘형성(Bildung)’이라는 개념을 강조했습니다. “사람은 스스로를 형성하는 존재이며, 그 형성은 시간과 반복, 그리고 자기 성찰에서 비롯된다.”
특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잘한다는 것은 단지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을 견뎌온 나에 대한 작은 증명입니다.
내가 그만두지 않았다는 것. 계속 돌아보았다는 것. 바로 그것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기반이 됩니다.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능력
특기를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그건 저 사람도 잘하는데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방향성입니다.
특기는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의미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나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나는 그 안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 이 두 가지가 사실 ‘특기’라는 이름의 핵심입니다.
장 폴 사르트르는 말했습니다. “존재는 먼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창조해 가는 행위다.”
내가 잘하게 된 그것은 어쩌면 나도 모르게 ‘나’를 창조해 온 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능력. 특기는 나만의 자아 형성의 언어입니다.
‘특기 없음’이라는 말이 말하지 못한 것
“저는 딱히 특기가 없어요.” 이 말은 우리가 자주 듣는 문장이지만, 그 속에는 ‘인정받을 만큼’이라는 기준이 숨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사실 ‘특기 없음’은,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은 나의 면모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나는 이미 잘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걸 ‘특기’라고 불러본 적이 없을 뿐이지요.
내가 매일 밥을 정성껏 짓는 일,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일, 감정이 복잡할 때도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일. 그 모든 것이 사실은 ‘기술’이기도 합니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인간은 ‘나-너’ 관계 안에서 완성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나의 특기는 어쩌면 타인을 향한 나의 방식, 세상에 다가가는 나만의 움직임이기도 합니다.
나는 ‘잘하게 된 나’를 기억하는가
특기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닙니다. 그것은 내 삶 속에 묵묵히 반복된 기울임이며, 내가 나를 오래 들여다보았다는 조용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우리가 잘하게 된 것을 통해 ‘나는 이런 마음으로 살아왔구나’를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당신이 잘하게 된 그 일에는, 당신이 사랑한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나의 특기를 통해, 내가 걸어온 시간을 다정하게 껴안아보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