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쳤다는 말조차 잊고 살 때, 조용히 나에게 다가가는 연습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누구의 부탁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하루의 끝에야 겨우 숨을 고를 때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나는 왜 늘 나를 가장 나중에 챙기지?”
열심히 살기 위해 애쓰지만, 정작 나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너무 서툰 나를 발견했을 때의 그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아프고 조용히 무너집니다.
이 글은 그렇게 나를 돌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어느 날, 철학이 조용히 건네는 말들을 따라 스스로를 다시 안아보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애쓰는 당신의 마음이 결국 자신에게도 닿기를 바라는 마음공부의 이야기입니다.
모든 일을 끝내고서야, 비로소 나를 마주할 때
회사에서 돌아온 저녁, 씻지도 않은 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어느 날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누군가의 요청에 응답하고, 업무와 육아 사이를 오가며 ‘다 괜찮아’라고 말하느라 진짜 나의 감정은 자꾸만 뒤로 밀려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누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문득 참을 수 없이 공허하고 서러웠어요. 그 감정은 지친 몸이 아니라, 돌봄 받지 못한 마음에서 오는 것이었는지도 몰라요.
철학자 미셸 푸코는 “자기 돌봄(care of the self)은 존재의 윤리”라고 말했어요.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돌보는 능력은 우리가 ‘잘 산다’고 느끼기 위한 가장 본질적인 삶의 태도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너무 자주, 삶을 유지하는 데는 익숙하면서도 나를 이해하고 보듬는 데는 낯설어져 있습니다. 삶이 무거울수록, ‘괜찮은 척’하는 법만 늘어나는 걸지도 몰라요.
내 마음은 어디쯤에 있는지 묻는 시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들의 아침을 챙기고, 아이 등교시키고, 바쁜 일과를 보내며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릴 때 우리는 한 번도 내 마음에게는 “오늘 너는 어땠어?” 하고 묻지 않은 채 살아갑니다.
가장 가까운 존재인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표현도 하지 않고 그저 견디고 버티는 데만 집중할 때, 몸보다 먼저 마음이 탈이 나기 시작해요.
어떤 날은 괜히 짜증이 많아지고, 작은 말에도 서운함이 깊어지고, 누군가와 비교하며 괜히 초라해지기도 하죠. 이럴 때 우리는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는 그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나조차 몰랐던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철학자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말했어요.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을 갖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의 시작이다.” 내 마음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묻는 순간, 우리는 이미 나를 돌보는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겁니다.
나를 위한 시간은 사치가 아니에요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며 창밖을 보는 시간, 하고 싶었던 책 한 권을 펼쳐보는 그 몇 분이 왠지 모르게 ‘해야 할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렇게 쉬어도 되나?”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하지만 사실 그런 순간이야말로 마음의 공기를 환기시키는 시간이에요.
에피쿠로스는 "행복이란 고통 없는 상태와 마음의 평온함(ataraxia)이다"라고 했어요. 우리가 진정한 행복을 느끼려면 무엇을 더 가지기보다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들을 잠시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해요.
작은 일에도 완벽해야 할 것 같고,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늘 애쓰는 자신을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아주 작은 것부터 ‘나를 위한 시간’으로 허락해 보세요. 그건 결코 이기적인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삶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내면의 숨, 회복의 시작이에요.
조용히, 나에게도 다정해지는 연습
나를 돌보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면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감정조차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됩니다. 철학은 그런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겁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삶이 버거울수록, 내 마음은 더 작고 조용해집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는 더 많이, 내가 나에게 따뜻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분명 오늘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었을 거예요. 이제, 그 좋은 마음의 일부를 자신에게도 돌려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를 돌보는 일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작은 순간에 멈추어 숨을 들이쉬는 일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나를 알아차리는 날들이 쌓이면 당신의 하루도, 삶도 더 부드럽고 단단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