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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일기, 나와 마주하는 가장 조용한 시간

by 솜사탕써니(somsatangsunny) 202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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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와 마주하는 가장 조용한 시간 관련 이미지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닌, 나를 위한 진실한 기록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기는 어린 시절의 ‘숙제’로 기억됩니다.

 선생님에게 보여주기 위해, 부모님이 검토하기 위해 쓰던 글.

 그래서 일기장은 오히려 자기 검열의 공간으로 남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기는 원래 읽히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가장 조용한 문장입니다.

 이 글은 '일기'라는 사적인 기록을 통해 자신과 다시 연결되고, 존재를 더 깊이 바라보는 방식을 철학적으로 탐색합니다.

 일기란, 시간이 멈춘 순간 속에서 자기 존재의 숨결을 담는 행위입니다.

읽히기 위한 글에서, 나를 위한 글로

 어린 시절, 우리는 일기를 써야 했습니다. 숙제로. 의무로. 그리고 항상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그건 일기를 쓰는 행위에 ‘보이는 자아’를 덧씌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철학은 말합니다. 진실한 자아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스스로를 바라볼 때 드러난다고.

 하이데거는 존재를 향한 사유 속에서 말했죠. “우리는 외부의 세계에 휩쓸리며, 본래의 자기를 잊고 산다.”

 일기는 그 잊힌 자기를 잠시라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내면의 창’이 됩니다.

 일기장에 적힌 말은 잘 쓰인 글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하루 동안 스쳐간 감정,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작은 분노와 사소한 기쁨. 그 모든 것이 일기장에서는 존중받을 수 있는 감정이 됩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글. 그래서 오히려 가장 진실한 내가 머무는 곳이 되는 거죠.

일기는 존재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했지만, 오늘날의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쓴다. 그래서 존재를 기억한다.”

 일기는 단순한 감정의 토로가 아닙니다. 그건 시간 속에서 나를 붙잡는 행위, 존재가 사라지지 않게 붙들어두는 기록입니다.

 시간은 늘 흘러갑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어제를 잊고, 어떤 날은 나를 잃어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일기는 말해줍니다. “그날의 나는 분명히 존재했다”라고. 그 기록한 줄이 없었다면 사라졌을 오늘의 내가, 단어 몇 개 덕분에 다시 살아납니다.

 쇼펜하우어는 일상에서 철학을 실천하려 했고, 니체는 감정과 생각이 가장 뜨거울 때 그것을 글로 남겼습니다.

 그들에게 글쓰기는 ‘정제된 산문’이기 전에 사유의 불꽃이 튀는 생생한 순간의 기록이었습니다.

 일기는 바로 그런 ‘살아있는 사유’가 고스란히 담기는 그릇이에요.

 글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내가 내 마음을 진짜로 바라보고 있는가, 그것만이 중요합니다.

감정과의 거리, 내면과의 친밀함

 마음공부는 자기감정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연습입니다.

 일기는 그 연습이 가능해지는 공간이에요.

 우리는 일기장을 통해 기분을 설명하지 않고도 인정할 수 있고, 눈물을 분석하지 않고도 그 감정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 있어요.

 글로 쓴다는 건 감정을 정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저 막연히 괴롭다고 느끼던 감정도 단어로 꺼내놓는 순간 그 감정과 나 사이에 ‘관찰자 시선’이 생기죠.

 그렇게 감정에서 한 걸음 떨어지면 우리는 휩쓸리지 않고 나를 조금 더 다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일기장 속에 쌓인 문장들을 다시 읽다 보면 이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때의 나, 정말 잘 버텼구나.”

 그건 위로이자 존중이고, 무엇보다 삶에 대한 다시 쓰는 응답입니다.

일기, 나와 나를 연결하는 조용한 다리

 일기는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래서 더 진실할 수 있고, 더 깊을 수 있습니다.

 그건 단지 하루의 정리를 위한 기록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존재의 호흡’을 따라 적는 말들입니다.

 누군가는 글쓰기로 성공하지만, 누군가는 글쓰기로 자신을 회복합니다.

 일기는 내가 나를 다시 붙잡는 언어입니다. 그 언어는 어쩌면 지금 이 삶을 살고 있다는 작고도 분명한 증거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언어는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줄 거예요.

 “지금의 너도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렇게 매일 나를 적어 내려간다는 건,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나로 존재하는 삶’을 지켜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 이 글은 일기장 속에서,

내 감정과 조용히 마주하던 순간의 위로를 기억하며, 나를 다시 이해하게 된 어느 날의 기록입니다.  -솜사탕써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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